시각장애의 분류는 어떻게 되나요?

시각장애의 분류: 숫자 너머의 세상

시각장애는 단순히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무지개의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정도의 시력 손실이 존재하며, 그 각각은 개인의 삶에 미묘하면서도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1급, 2급, 3급, 4급과 같은 숫자로 분류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개인의 경험과 어려움이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이 숫자들은 행정적 편의를 위한 기준일 뿐, 개인의 시각 경험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법적으로 시각장애는 시력과 시야 범위를 기준으로 1급부터 4급까지 분류됩니다. 1급은 시력 0.02 이하로, 빛의 명암 정도만을 감지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며, 점자나 흰 지팡이, 보행 보조견 등의 특수 보조기구를 사용하여 이동하고 정보를 획득합니다. 2급은 시력 0.04 이하로, 1급보다는 약간 나은 시력을 가지지만 여전히 심각한 시력 제한을 경험합니다. 큰 물체의 형태를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이며,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3급은 1호와 2호로 나뉘는데, 1호는 시력 0.06 이하, 2호는 양쪽 눈의 시야가 각각 5도 이하인 경우입니다. 3급은 시력이나 시야의 제한으로 인해 교육 및 직업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유지합니다. 특히 3급 2호는 시야가 매우 좁아 ‘터널 시야’라고 불리는 현상을 경험하며,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지막으로 4급은 시력 0.1 이하로, 일반적인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약시로 인해 학습이나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안경이나 렌즈 등의 교정시력으로도 시력 개선이 어렵고, 장시간 근거리 작업 시 눈의 피로감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는 단지 숫자에 불과합니다. 같은 등급의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개인의 적응력, 주변 환경, 사용 가능한 보조기구 등에 따라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1급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자신의 꿈을 펼치는 반면, 4급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시력 저하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각장애를 단순히 숫자로만 이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진정한 이해는 그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공감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시각장애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임입니다. 시각장애는 단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보이는’ 세상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