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가독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미, 과연 ‘완전식품’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일까요? 현미는 백미보다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도정 과정에서 씨눈과 겨층이 그대로 남아있어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죠. 하지만 ‘현미가 독이 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과연 현미는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현미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의 핵심은 바로 ‘항영양소’입니다. 피틴산, 트립신 억제 인자, 렉틴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이러한 항영양소는 식물의 씨앗이 발아하기 전까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로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성분들이 인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피틴산은 미네랄과 결합하여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칼슘, 철분, 아연 등 필수 미네랄의 흡수율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미네랄 결핍을 초래할 수도 있죠.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 빈혈이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적정량의 피틴산은 항산화 작용과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과도한 섭취는 미네랄 균형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트립신 억제 인자는 단백질 소화 효소인 트립신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구성 요소로 매우 중요한 영양소인데, 트립신 억제 인자가 단백질 소화를 방해하면 영양 흡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렉틴은 장 점막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하고, 장 투과성을 증가시켜 ‘새는 장 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새는 장 증후군은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분자, 독소, 세균 등이 장벽을 통해 혈류로 유입되는 현상으로, 다양한 만성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항영양소의 부정적 영향을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절한 조리 방법을 통해 항영양소의 함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미를 물에 충분히 불리고, 발아시키거나, 약간의 열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항영양소의 함량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발효 과정을 거치면 유익균의 활동으로 항영양소가 분해되어 소화 흡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면 미네랄 결핍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미는 분명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건강식품입니다. 하지만 항영양소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소화 능력을 고려하여 적절한 조리법을 선택하고, 다양한 식품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현미의 영양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완전식품’이라는 타이틀에 현혹되지 말고, ‘나에게 맞는’ 식품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을 길러야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