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의 비린맛은 어때요?

선지의 비린맛은 어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이는 선지의 독특한 향과 맛, 특히 그 비릿함을 즐기는 반면, 또 다른 이는 그 냄새만으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합니다. 저에게 선지의 비린맛은, 솔직히 말하면, 어린 시절의 낯선 기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외할머니 댁에 가면 늘 커다란 솥에 끓고 있던 소고기국. 그 안에는 큼직큼직하게 썰린 선지가 둥둥 떠다녔습니다. 어린 눈에는 검붉은 덩어리가 마치 핏덩이처럼 보여 숟가락을 가져다 대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외할머니는 “몸에 좋은 거야. 먹어봐.” 하시며 제 밥그릇에 선지를 듬뿍 얹어주셨습니다. 억지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특유의 비릿한 맛과 향, 그리고 낯선 식감에 저는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오랫동안 선지를 멀리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면서 선지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친구들과 찾은 해장국집에서 선지 해장국을 맛보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 느꼈던 거부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진하고 구수한 국물과 부드러운 선지의 조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선지의 비린맛은 재료의 신선도와 조리 방법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손질된 신선한 선지는 비린 맛이 거의 없고, 오히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냅니다.

이제는 선지 해장국을 즐겨 찾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따끈한 국물과 함께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면 속이 든든하고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푹 고아낸 사골 국물에 콩나물, 우거지, 그리고 큼직한 선지가 어우러진 해장국은 그야말로 겨울철 보양식이 따로 없습니다.

물론 여전히 선지의 비린맛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한 번쯤 제대로 만들어진 선지 요리를 맛본다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선지의 비린맛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맛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에게는 선지의 비린맛이, 어린 시절의 낯선 기억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찬바람 부는 날이면 생각나는 따뜻한 추억의 맛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선지 요리를 맛보며, 선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