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세계 몇위?

일본 경제, 4위라는 숫자 너머의 이야기

2023년, 일본 경제는 명목 GDP 기준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켜오던 일본은 독일에 추월당하며 한 계단 내려앉았다. 4조 2천억 달러라는 숫자 자체는 여전히 거대하지만, 미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중국과 독일의 맹추격은 일본 경제에 끊임없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4위라는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본 경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과거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었던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며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측 불가능한 대외 변수들은 일본 경제에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었다. 엔저 현상의 장기화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악화시켰고,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일본 경제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기술력과 탄탄한 제조업 기반, 높은 수준의 인적 자본은 여전히 일본 경제의 강점이다. 특히 자동차, 로봇, 소재 분야 등에서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과 녹색 성장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일본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중 갈등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등은 일본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일본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4위라는 숫자는 단지 현재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일본 경제가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단기적인 경제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일본의 노력이 향후 세계 경제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