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가구소득은 얼마인가요?

한국 중산층의 현실: 숫자 이면의 이야기

OECD 기준에 따르면 중위소득 75%~200% 사이의 가구 소득을 가진 계층이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2021년 기준 3인 가구의 경우, 연 소득 347만원에서 925만원 사이, 월평균 소비 283만원, 순자산 5억원 이상이면 중산층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과연 한국 중산층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단순한 수치로 정의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복잡한 맥락과 개인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변화가 간과되기 쉽다.

우선, 지역별 격차를 고려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높은 물가와 주택 가격은 중산층의 기준을 왜곡시킬 수 있다. 동일한 소득이라도 지방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빠듯한 생활을 면하기 어렵다. 5억원의 순자산 역시 지역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수도권에서는 작은 아파트 한 채 가격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상당한 자산으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숫자만으로 중산층을 정의하는 것은 지역적 특수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중산층 내부의 다양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같은 소득 구간에 속하더라도 자녀 교육, 부모 부양, 의료비 지출 등 개별 가구의 상황에 따라 체감하는 경제적 안정감은 천차만별이다.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 자녀의 수, 부채 규모 등 다양한 요소들이 중산층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은 중산층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고용 불안정성 또한 중산층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산층의 정의는 단순한 경제적 지표를 넘어 사회적 지위와 계층 이동 가능성까지 포괄해야 한다. 안정적인 직업, 양질의 교육 기회,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적 자본 등 비경제적인 요소들 역시 중산층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중산층으로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지만, 최근에는 계층 이동성이 감소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의 범위가 축소되고 그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산층을 정의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 계산을 넘어서는 복잡한 문제다. 단순히 소득과 자산 규모만으로 중산층을 규정하기보다는 지역적 격차, 개별 가구의 특수성, 사회적 지위와 계층 이동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 이면에 숨겨진 중산층의 삶의 질과 그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진정한 중산층 정책은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 모두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