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몇페이지?

어스름한 석양이 낡은 벽돌 건물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건물 옥상, 녹슨 난간에 기대앉은 채연은 먼지 묻은 낡은 사진첩을 펼쳤다. 사진첩에는 십 년 전, 그녀가 열두 살이었던 시절의 사진들이 가득했다. 햇살 가득한 학교 운동장,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웃던 모습, 그리고… 그가 있었다. 윤서. 늘 웃는 얼굴로 그녀 곁을 지키던, 그녀의 단 하나뿐인 친구.

윤서는 특별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시끄럽지도, 장난기 많지도 않았다. 조용하고, 차분했으며, 깊은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녀는 윤서의 그 조용함에 매료되었고, 윤서 역시 그녀의 활기찬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는 듯했다. 그들의 우정은 마치 봄날의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아팠다. 윤서의 죽음이.

사진 속 열두 살의 윤서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그 자리엔 텅 빈 공허함만 남았다. 사고였다. 학교 앞 교차로에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 그녀는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 찢어지는 듯한 타이어 소리, 그리고… 그 후의 암흑. 윤서의 죽음은 그녀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십 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채연은 사진첩을 덮고 난간에 턱을 괴었다. 도시의 야경은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마음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왜 하필 윤서였을까, 수없이 되물었다. 그렇게 착하고, 착한 아이가… 그녀는 윤서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가슴속에 묻어둔 슬픔을 억눌렀다. 그러다 문득, 윤서가 좋아하던 노란 민들레 꽃씨를 떠올렸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십 년 전, 윤서의 장례식 날, 그녀가 몰래 챙겨온 민들레 씨앗이었다. 그 씨앗들은 그녀의 마음속 한 구석에, 윤서의 기억과 함께 잠들어 있었다. 채연은 봉투를 열고, 바람에 씨앗을 날렸다. 하늘을 가득 채운 노란 먼지처럼, 윤서의 기억이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갔다. 어쩌면, 저 씨앗들이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다시 노란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윤서의 기억은, 채연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채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그 눈물 속에는 슬픔보다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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