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1편 글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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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한 편의 글자수는 대략 5,000에서 6,000자 사이로, 주 5회에서 7회 정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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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 속의 나비, 현실의 그림자 (웹소설 1화)

눈을 뜨자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발 밑에는 축축한 이끼가 덮인 돌바닥이 느껴졌다. 대체 여긴 어디지?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연구실에서 새로운 차원 이동 장치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중 갑자기 굉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자, 강민혁이다. 아니, 었었다. 적어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뛰어난 두뇌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차세대 과학계를 이끌어갈 인재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낡은 실험복은 흙먼지로 뒤덮였고, 안경은 어디론가 사라져 흐릿한 시야만이 남았다.

“젠장, 또 시작인가.”

낮게 읊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개는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치 오래된 던전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 공간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을 발견했다. 빛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석문이었다. 문에는 기괴한 문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고, 중앙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나비 문양이 박혀 있었다.

나비 문양을 보는 순간, 뇌리에 강렬한 섬광이 스쳤다. 마치 꿈속에서 본 듯한 기시감. 그 순간, 문양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를 감쌌다.

“으악!”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희미하게 들려오는 새소리에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늘에는 세 개의 달이 떠 있었고, 땅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공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나는 멍하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치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세계에 떨어진 것이다.

그때, 덤불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덤불 사이로 보이는 것은 날카로운 발톱과 붉은 눈을 가진 거대한 늑대였다. 늑대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이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나는 필사적으로 덤불에서 뛰쳐나와 도망치기 시작했다. 늑대는 맹렬한 속도로 나를 쫓아왔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절망적인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화살이 날아와 늑대의 옆구리에 박혔다. 늑대는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내며 쓰러졌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활을 든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뾰족한 귀와 푸른 머리카락,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엘프였다.

“인간? 어째서 이런 곳에…”

소녀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나는… 이곳 사람이 아니오. 어쩌다 보니 이곳에 오게 되었소.”

소녀는 잠시 나를 훑어보더니 활을 내렸다.

“어쨌든 네 덕분에 살았군. 이름은 리리아. 숲을 지키는 엘프다.”

“나는 강민혁이오. 과학자였지만, 지금은 그냥 길 잃은 인간일 뿐이오.”

리리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길 잃은 인간이라… 이곳은 네가 알던 세상과는 많이 다를 거야.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그림자다.”

“그림자?”

나는 되물었다. 리리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는 이 세계를 잠식하려는 악의 세력이야. 인간을 홀리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지. 넌 특별한 존재일지도 몰라. 그림자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

나는 리리아의 말에 불안감을 느꼈다. 대체 이곳은 어떤 곳일까. 그리고 나는 왜 이곳에 오게 된 것일까. 알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 기분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나의 질문에 리리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일단은 나를 따라와. 그림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줄게. 그리고 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나는 리리아의 손을 잡고 그녀를 따라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꿈결 속의 나비, 현실의 그림자. 이제 나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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