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의 의미는?

“시각장애인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말은, 단순히 사실을 기술하는 문장이라기보다는 시각장애에 대한 깊은 오해와 편견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이 문장은 시각장애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하나의 획일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마치 모든 시각장애인이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고, 동일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죠. 이는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 매우 위험한 일반화입니다.

시각장애는 단순히 ‘보는 능력’의 유무로 나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시력 상실의 원인, 시력 손상의 정도, 나이, 그리고 개인의 적응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시각장애인의 경험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이는 빛과 어둠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시력 장애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약간 흐릿하게 보이지만 일상생활에 어느 정도 불편을 느끼는 저시력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완전한 실명 상태(맹)일 수도 있지만, 점자를 통해 책을 읽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작업을 수행하는 등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표현은 완전 실명 상태인 맹인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매우 제한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마치 모든 시각장애인이 완전한 어둠 속에 갇혀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존재인 것처럼 묘사하여,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키고, 그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은 남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감각, 특히 청각과 촉각을 더욱 발달시키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삶은 시각적인 정보에만 의존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풍부함과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는 능력’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그들의 경험과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말은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한 표현이며, 그들의 삶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고,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각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시각장애인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그들의 삶을 직접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진정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