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생제 계란 기준?

무항생제 계란, 과연 ‘안전’이라는 이름표에 걸맞을까?

“무항생제”라는 단어는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계란처럼 매일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항생제 계란”이라는 이름표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계란일까요? 아니면 더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현행 무항생제 인증 기준은 ‘닭의 질병 예방 및 성장 촉진을 위한 항생제 사용 금지’를 원칙으로 합니다. 닭이 아플 경우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할 수 있지만, 일반 계란보다 훨씬 긴 휴약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이 휴약 기간은 항생제 종류에 따라 20일에서 최대 80일까지로, 일반 계란보다 2배 이상 길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닭의 체내에서 항생제가 충분히 배출되어 계란에 잔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덕분에 무항생제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항생제 잔류 위험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첫째, ‘치료 목적’의 항생제 사용은 어떻게 관리될까요? 질병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항생제 처방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농가에서 이를 철저히 준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째, 휴약 기간 준수 여부는 어떻게 확인할까요? 철저한 검사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완벽한 감시는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무항생제”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더 중요한 질문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닭의 사육 환경은 어떠한가? 닭들은 충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스트레스 없이 생활하고 있을까? 진정한 의미의 동물 복지가 실현되고 있을까?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 사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닭의 삶의 질이나 사육 환경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무항생제”라는 라벨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닭의 사육 환경과 농가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진정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계란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항생제”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동물 복지, 지속 가능한 축산, 그리고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공정한 거래 시스템 구축 등, 더 넓은 시각에서 계란 소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무항생제 계란은 “안전”을 향한 하나의 과정일 뿐, 완벽한 해답은 아닙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개선 노력을 통해, 진정으로 안전하고 윤리적인 계란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