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파린의 작용 기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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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파린은 혈액 응고에 필수적인 단백질인 안티트롬빈 III의 활성을 증가시켜 혈액 응고를 억제합니다. 이로써 트롬빈과 Xa 인자를 비롯한 여러 응고 인자의 작용을 차단하여 혈전 생성을 예방하고 기존 혈전의 성장을 억제합니다. 수술 후, 심방세동, 폐색전증 등 혈전 관련 질환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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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파린은 혈전증 예방 및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항응고제로, 그 작용 기전은 단순히 ‘혈액 응고를 억제한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혈액 응고라는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헤파린의 정교한 작용 기전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혈액 응고는 혈액 내 다양한 응고 인자들의 연쇄적인 활성화 과정으로, 손상된 혈관을 막아 출혈을 멈추는 필수적인 생리 현상입니다. 이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존재하며, 각 단계마다 특정 응고 인자들이 관여합니다. 헤파린은 이 복잡한 과정 중 특정 지점에 작용하여 응고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항응고 효과를 나타냅니다.

핵심은 바로 안티트롬빈 III (Antithrombin III, AT III)라는 단백질입니다. AT III는 체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혈액 응고 억제제로, 여러 응고 인자의 활성을 저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AT III 단독으로는 그 효능이 제한적입니다. 헤파린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헤파린은 AT III와 결합하여 AT III의 입체 구조를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트롬빈(Thrombin), Xa 인자(Factor Xa)와 같은 주요 응고 인자들에 대한 AT III의 친화도를 크게 증가시킵니다. 즉, 헤파린은 AT III의 활성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헤파린은 크게 비분획 헤파린 (Unfractionated Heparin, UFH)저분자 헤파린 (Low Molecular Weight Heparin, LMWH)으로 나뉩니다. UFH는 다양한 길이의 다당류 사슬로 구성되어, 여러 응고 인자에 광범위하게 작용합니다. 반면 LMWH는 UFH보다 사슬 길이가 짧아 주로 Xa 인자에 대한 AT III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UFH는 트롬빈과 Xa 인자 모두에 대한 항응고 효과를 나타내지만, LMWH는 주로 Xa 인자에 대한 항응고 효과가 강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약물의 작용 기전과 임상적 적용에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UFH는 보다 강력한 항응고 효과를 나타내지만, 출혈 위험도 높습니다. LMWH는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예측 가능한 약물 동태학을 가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헤파린은 단순한 혈액 응고 억제제가 아닌, AT III의 활성을 증강시켜 응고 과정의 특정 단계를 차단하는 정교한 작용 기전을 가진 약물입니다. UFH와 LMWH의 차이는 그 작용의 강도와 특이성에 차이를 만들며, 이는 각각의 임상적 적용에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헤파린의 사용은 환자의 상태, 질환의 종류, 그리고 출혈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 전문가의 판단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헤파린 투여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야 하며, 자가 진단 및 치료를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